벌써 반년이 돼간다. 즐거웠던 월드컵이. 그 후 우리도 세계축구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나는 이따끔,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을 떠올린다. 작년의 월드컵에는 많은 추억들이 담겨있지만 오늘은 그중에 하나를 살포시 꺼내어 여기에 써본다.
2022.11.23
일본이 독일을 2대1 역전승으로 꺾은날이다. 매우 인상깊은 경기였고 그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것이다.
전체적인 경기의 내용, 즉 점유율, 슈팅슛자같은 객관적지표는 독일이 일본에게 한참 우세를 점했다.
그러나 독일은 결코 완벽하지 않은, 몇가지의 보편적인 문제를 안고 월드컵에 임했고, 일본은 그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독일을 누르고 이변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1. 풀백의 부재
독일은 람이 은퇴한 이후 키미히가 안정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았으나, 그 또한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우측풀백은 무주공산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이 자리에서 플레이한 선수는 니클라스 쥘레였다. 좋은 수비력과 빠른 스피드, 풀백으로 뭐하나 부족할게 없어보이는 선수이다.
그러나 현대축구에서 풀백의 능력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것이 요구된다.
첫째, 위치상 상대편의 윙어를 막아내는 대인 수비 스킬
둘째, 윙어와의 스피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속력
셋째, 부지런히 우리팀의 윙어를 지원하는 공격가담성
넷째, 측면 공격시 크로스나 지공시 빌드업의 일환이 될 수 있는 패스능력과 킥력
다섯째, 언제고 기습적인 롱패스로 역습을 전개할 준비가 된 시야
여섯째, 이 모든것을 90분내내 해낼 수 있는 체력
일곱째, 경우에 따라서는 수비커맨딩을 해내는 리더쉽
여덣째,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
여덣째, 위의 여덣가지를 출전하는 모든 경기마다 해내는 꾸준함.
이 중 한가지라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 풀백은 단번에 B급이하의 풀백으로 전락하며, 결코 좋은 옵션이라고 할 수 없다.
쥘레는 결코 저 아홉가지의 능력을 모두 갖춘 풀백이 아니었고, 자연히 독일의 약점은 우측측면이 된다.
쥘레는 라이트윙 그나브리를 돕지 못했고 일본의 좌측은 그나브리만을 안정적으로 막으며 독일의 우측을 봉쇄시키는데 성공한다.
2. 확실한 스트라이커의 부재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교훈은 스트라이커의 중요성이다. 보통 스트라이커의 부재 또는 부진은 스페인의 고질병이지만, 이번에는 독일도 함께 엮이고 말았다.
물론 독일에 중앙공격수가 없는가? 라고 물으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동안 디 만샤프트를 지켜온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갈만한 슈퍼네임, 슈퍼베이비는 없었다.
2010년을 전후로, 현대축구는 미드필더에 중점을 두게 되면서 투톱을 원톱으로 바꾸는 흐름으로 갔다. 이는 기존의 두명의 공격수가 하던 역할을 한명이 해내야 하는, 더욱 힘겨운 포지션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천하의 호나우두도 헤딩만큼은 못했다. 이는 컴플리트 포워드, 즉 만능공격수의 유무가 우승을 하느냐 못하느냐로 갈리는 갈림길이 되었다.
이쯤에서 공격수는 어떤 유형의 공격수가 있는지 보도록 하자.
프레싱 포워드
최근들어, 아니, 근 15년간 필자는 미드필더를 통한 빌드업, 티키타카를 우상으로 하자는 소리를 2000번은 들은것 같다. 당연히 미드필더를 통한 짧고 간결한, 그렇지만 치명적인 패스축구는 아름답고 훌륭하다. 그러나 풀백과 스트라이커는 축구의 기본적인, 그래서 약점이 되면 곤란한 포메이션이다. 독일은 그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기본이 안되있었던 상태로 4년전의 치욕을 되풀이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