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쇼헤이, 대한민국의 이원희와 함께 남자 유도 -73kg 역대최고의 선수를 거론할 때 빠지지 읺고 항상 거론되는 선수이다.
그의 주특기인 밭다리후리기는 모든 유도인에겐 선망의 대상이자 경외롭고 공포스러운 기술이다.
필자 역시도 오노의 밭다리후리기에 매료된 상태이고, 자유대련시 밭다리를 자주 시도하는 편이다.
하지만 오노가 밭다리후리기를 익힌 과정을 살펴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중학생 시절, 그의 은사에 따르면 그는 유도부에서 하위권에 있었던, 그저그런 선수였다고한다.
은사의 회상은 변칙기술을 많이 쓰던, 평범한 선수였다고.
은사는 그에게 ' 밭다리후리기' 라는 기술을 가르쳤다.
유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일반인들을 위해 밭다리후리기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하겠다.
밭다리후리기, 일본어로는 '大外刈(おおそとがり)' 라고 한다. 일본어를 직역하면
'크게 바깥 베기'(큰 대, 바깥 외, 밸 예)' 라고 한다.
간단히 말해, 상대를 뒷왼쪽 또는 뒤오른쪽으로 당겨서 한발로만 서게 한 다음 맞은편 내 다리로 상대방의 종아리-오금 사이를 후려 메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대부분의 유도관에서 제일 먼저 가르치는, 유도의 기본중 기본 기술이다.
그런데, 필자는 언젠가 그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왜 기본기술을, 사람들은 잘 쓰지 않을까?
필자의 어리석고 짧은 생각에서 나온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화려하지 않음이다.
유도의 꽃은 보통 업어치기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더 나아가면 허벅다리후리기, 빗당겨치기등등 온갖 화려한 기술들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멋져보이고 잘나보이고 싶은 본능이 어느정도 있기 마련이다. 필자 역시도 그러한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편이다.
밭다리후리기는 보기에 화려하고 멋진 기술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필자는 수긍이 가는편이다. 내가 밭다리에서 받은 첫인상이 그러했으니까.
두번째는 되치기의 위험성이다.
유도를 어느정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밭다리후리기는 되치기의 위험성이 높은 기술이다. 정교함과 빠름, 그리고 임팩트. 삼박자가 갖춰줘 있지 않은 밭다리후리기는 언제 되치기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오노는 이 모든 시련을 견뎌내면서, 무수히 많은 되치기를 당하면서 자신만의 밭다리후리기를 만들어 나갔다.
그 결과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이라는 올림픽 2연패의 업적으로 나타났다.
은사는 항상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 전진해, 상대를 몰아붙여. 되치기 당하는건 생각하지 마. 상대가 물러서면 바로 밭다리를 걸어.'
언뜻 보기엔 그저 끊임없이 공격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주도권을 잃으면 안된다는 코치의 지도같다.
그러나, 이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글의 서두에서, 밭다리후리기는 유도의 기본기술이자,
정교함, 빠름, 임팩트의 삼박자가 갖춰줘야 매칠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양쪽 깃을 단단하게 잡아야한다.
단단하게 잡는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움직임의 변화에 제약이 발생하는 것이다. 변화를 하려면 느슨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시속 120km로 달리는 자동차가 우회전을 하기에 쉽겠는가?
시속 30km로 달리는 자동차가 우회전을 하기에 쉽겠는가?
은사는 오노 쇼헤이에게 숨겨진 유도의 철학을 가르친 것이다.
잔꾀를 부려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지마. 우직하게 정면돌파하는것이 진정한 인생의 길이야.
하긴, 나만 봐도 그렇다. 필자의 전공은 일본어로서, 약 2100자에 달하는 한자를 외워야 한다. 이것을 기분좋게 반기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본어를 공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리저리 한자를 외우지 않고 나중에 나중에를 하면서 요령을 피우는 사람들은 크게 두부류로 나뉜다.
결국 한자를 외우거나, 아니면 포기하는 쪽이다.
그리고 한자를 암기하는 특별한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부수를 외우고 끊임없는 반복과 지루함과의 싸움이다.
나의 일본어 공부방식과 오노 쇼헤이의 유도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산념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가는것. 어쩌면 나 역시도 나의 장점이자 매력은 우직하고 꾸준한 것이 아닐까. 마치 오노 쇼헤이처럼.
일본어 학습 제로 베이스에서 매일매일 정해놓은 한자를 외우고,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익히고, 문장을 읽고, 들으려고 하는 나의 지루하고도 고독한 루틴은, 어느새 오노를 점점 닮아간다.
최근 한국사회는 한 직장에 뼈를 묻으려해도, 40대에 명예퇴직을 진지하게 걱정해야하는 시대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한우물을 파는 것보다 팔방미인이 되야한다는 강박관념을 안겨주고 있다. 복수전공과 부전공이 각 대학교 마다 흔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것이다.
하지만, 결국 길은 이어지기 마련이다. 한 우물을 잘 파는자는, 결국 다른 우물에서도 살아남을수 있는 능력을 가진 법이다.
오노가, 아니 일본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것은 바로 우직하고 꾸준한 것만큼 강력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