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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의 근원지는 어디인가(두 줄 수비 시리즈3)

어라하 2024. 3. 7. 21:33

지난 두경기를 리뷰함으로서, 두 줄 수비가 어떤 전략인지는 충분히 숙지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는 두 줄 수비라는 전술이 생겨난 배경과 원인을 알아보는 글을 써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1. 방어선의 기원은 어디인가?

보통 두 줄 수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두 줄 수비라는 개념을 21세기 축구에 정착시켜 축구 전술의 발전을 시킨 명장 디에고 시메오네. 그의 전술적 역량은 대단한 수준이다.



물론 시메오네가 현대축구에서 이뤄낸 공적은 매우 크다. 그러나 아무리 큰 바다라도 기원지는 작은 개울인 것이 자연의 이치.

오늘은 바다를 거슬러 작은 개울을 찾아 돛단배를 타고 가보자.

수비축구 라는 개념은 꽤 오래전부터 존재해오던 개념이다.

1938년 월드컵에서 스위스 대표팀을 이끈 카를 라판. 베로우 시스템이라는 수비전술을 도입해 스위스의 월드컵 8강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라 그랑데 인테르의 수장이었던 엘레리오 에레라. 그는 당시에 유행이었던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 일명 빗장 수비 전술로 세리에 A와 유러피언 컵 정상에 오른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술적 역량을 가졌던 감독 중 한 명이다.


아르헨티나 우파축구의 거두 오스발도 수벨디아. 그의 4-3-3을 기반으로 펼친 수비축구인 '수벨디아즘' 은 거칠고 투박한 혁신으로서, 3연속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을 이뤄낸다.



당연하겠지만, 축구의 제 1명제는 상대보다 많은 득점을 성공시켜 승리를 거두는 것이고, 수비는 공격으로 부수는 것이다.

라판의 스위스는 죄르시 오르시의 마자르 군단에게, 에레라의 인터밀란은 조크 스타인의 공격적 전술 앞에 각각 무너졌다.

이후 공격축구와 수비축구의 일진일퇴가 벌어졌고, 마침내 2000년대 초반에 이르렀다.

이 시점에서 축구는 3M을 중심으로 한 사실상의 전국시대라고 불리웠고 그만큼 개성이 강한 팀들이 모여있었다.


오트마어 히츠펠트 감독을 필두로 한 바이에른 뮌헨 처럼 강력한 수비와 한방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과, 카테나치오와 조나 믹스타를 나름대로 발전시켜 쓰는 세리에 A의 강팀들도 있었고, 갈락티코를 중점으로 한 파괴적인 축구의 레알 마드리드, 빠른 공수전환으로 상대편의 페이스를 뺏어가는 앙리와 베르캄프를 앞세운 아르센 벵거의 아스날 등등 공격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팀들도 있었다.

우리가 찾아볼 요새의 근원지는 바로 라리가에서 출발한다.


오늘의 주인공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두 줄 수비의 '창시자'이며 우리나라 에서는 이강인의 빌렌시아 시절 감독으로 유명하다.


2006/07 시즌 스페인 라리가에서 RC 레크레아티보 데 우알바라는 승격팀이 파란을 일으키며 리그 8위를 기록한다.
이 팀은 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3대0 이라는 큰 점수차로 이기기도 하면서 돌풍을 일으컸는데, 현재까지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2006/07 시즌의 레크레아티보가 가장 먼저 4-4-2전술을 쓴 것으로 확인된다.
*혹시 더 이전의 자료를 찾는다면 댓글에 남겨주기 바란다.

그렇다면 왜 이 숨겨진 명장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았을까?

1. 빅네임 클럽 경험 부재

축구사에 이름을 남긴 감독들은 대개 이름있는 클럽을 맡거나 클럽의 위상을 올리는 두 부류로 크게 나뉜다.
마르셀리노는 분명 유능한 감독이지만 아쉽게도 두 부류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이른바 '여집합' 이다.

발렌시아와 비야레알은 모두 라리가에서 이름 높은 클럽이다.

그러나 스페인 라리가에 어떤 클럽들이 있는가?

스페인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축구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클럽이 라이벌로 존재하는 축구 리그이다.

마르셀리노의 발렌시아 & 비야레알은 아쉽게도 그 두 메가클럽을 한순간이라도 앞서지도, 따라잡지도 못했다.

펩 과르디올라. FC 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바이에른 뮌헨과 멘체스터 시티의 감독을 맡으면서 그들의 이름값을 더욱 높인,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척척 밞아간 명장이다.



알렉스 퍼거슨은 당시 참체기였던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프리미어리그를 세계 최고의 팀, 세계 최고의 리그로 끌어올린 감독이다.



2. 빅네임 트로피 부재

기준이 애매할 수 있다. 빅네임 트로피란 무엇인가?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까지는 일반적인 빅네임 트로피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 A의 유럽 4대리그 우승트로피도 빅네임 트로피로 간주하는 편이다.

하지만 각 리그의 컵대회, 가령 잉글랜드 FA컵이나 스페인의 코파 델 레이등등의 트로피들이 빅네임 트로피 라고 불리는가?
리그에 비해 무게감은 떨어진다. 토너먼트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빅네임 클럽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트레블을 위해서는 반드시 따야한다.

빅네임이다 라고 말하기엔 무게가 적지만,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대회는 또 아니다. 한마디로, 애매하다.


2013/14 시즌 라리가 우승을 눈앞에 둔 디에고 시메오네. 그는 이 트로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2강 체제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부상 시켰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마르셀리노는 감독시절 3번의 우승을 경험했는데,
05/06 시즌 RC 레크레아티보 데 우알바를 이끌고 스페인 세군다 디비시온(스페인 2부리그)을 우승한게 한번,
18/19 시즌 발렌시아의 감독으로서 코파 델 레이(스페인의 fa컵)를 우승한게 한번,
21/22시즌 루브 데 아틀레틱에서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의 슈퍼컵)에서 우승한게 한번, 도합 3번이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엔 트로피의 규모가 약간 모자라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