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속에 품어둔 자신만의 아이돌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가수를, 다른 이는 배우를, 누군가에게는 마음에 품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2024년 6월2일, 한국시간 새벽 4시에 웸블리에 입장하는 도르트문트 유니폼의 가슴엔 뚜렷이 한 사람을 마음속에 품고 레전드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에 임할 것이다.
등번호 11번, 마르코 로이스
10년이 넘는 세월, 지그날 이두나 파크와 함께 울고 웃었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상징이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라는 빅네임의 클럽에서 11년을 뛴 실력있는 선수이지만 도르트문트에서의 시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체격이 왜소하다는 이유로 도르트문트 유스 팀에서 방출된 로이스는 독일 3부리그 로트 바이스 알렌으로 이적하게 된다.
3부리그에서 자신을 갈고 닦을 시간을 보내게 된 소년은 소속팀 로트 바이스 알렌을 2부리그로 승격시키고 그 잠재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독일 1부리그, 분데스리가의 뮌헨글라드바흐로 이적한다.
이적 직후 10/11시즌에 2부리그 강등의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하고 그 다음 시즌 11/12시즌에는 뮌헨글라드바흐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1등공신 격으로 조명 받는등 자신의 성장세를 만천하에 드러낸다.
그리고 2012년 여름, 청년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금의환향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때부터 로이스의 커리어는 뭔가 아쉽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엄청난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칼 2번과 DFL슈퍼컵 3번의 우승 이라는 커리어가 있지만 로이스의 이름값에 비하면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분데스리가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번번히 밀렸고,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에서도 번번히 강호들에게 발목을 잡혀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하지 못했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에서는 더욱 상황이 안타까웠다. 2014년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했을 때, 로이스는 발목 부상으로 월드컵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성적은 커브볼의 낙차처럼 하강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승선한 2018년 월드컵에서는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되어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맞봤고, UEFA 유로 2020과 2022에서는 노쇠화로 인해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물론 로이스가 이태껏 쌓아온 커리어는 그가 절대 평범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잘 나타낸다. 지구 어딘가의 평범한 축구 선수는 1부리그에 승선하는 날을 학수고대하면서 열심히 달리고, 훈련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번 경기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11번의 마지막에 신의 은총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23/24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1996/97시즌 이후에 처음으로 우승할 기회가 열린 팀으로서도 뜻깊은 대회이자, 이번 글의 주인공 마르코 로이스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다.
가끔 동기부여 관련해서 오늘이 마지막인것 처럼 열심히 살으라라는 말을 몇 번 들은적이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의 도르트문트와 로이스에게 그것이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필자는 응원팀을 두지 않고 중립의 입장에서 시합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기어를 잠시 해제할까 생각한다.
마지막 경기는 누구에게나 특별하고, 무대 또한 너무나 특별하니까.
분명 유럽무대에서 무시할 수 없는 강호이지만, 언제나 살얼음판의 무대의 한치승부에서 수도 없이 밀려난 것은 승부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엄중함에서 최후의 둘까지 살아남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마지막 벽인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어울리는 상대이자 가장 드라마틱한 한 판 승부를 예고하는 전주곡과도 같다.
할 수 있는것은 모두 다 했을 것이다. 남은 건 웸블리에 모든 것을 쏟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