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23년도 여름까지 인문체전이란 그저 발버둥치다 1회전에서 대패한, 언제나 그렇듯 약팀의 불쌍한 수문장이 겪었던 달콤쌉싸름한 추억의 한 페이지일 뿐이었다.
이따금 관객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앗토유마, 순식간에 나의 무대는 빠르게 잊혀저 갔다.
그것은 내가 참가하지 못한 캠퍼스 전체 체육대회 거북체전도 마찬가지였고, 23년도 인문체전도 마음속으로는 '일문과는 보나마나 1회전 탈락이 뻔한 약팀' 이라는 패배의식에 무의식적으로 사로잡혔었다.
내가 인문체전에 참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후배들의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성격 덕분이다.
장기휴학을 하다 복학한 고학번, 즉 화석의 입장은 솔직하게 후배들이 무서웠다. 이전과는 달라진 과내의 얼굴들과 분위기, 어딘가 다른 공기의 맛. 나는 남은 6학기를 그저 조용하고 무탈하게만 넘어가게 해달라고 빌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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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낭중지추라고 했던가, 타고나기를 외향적인 성격으로 타고나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는 나에게는 숙명이었던 모양이다.
23년도 회장에게는 개인적으로 미안한 일이 하나 있지만 거북체전 응원도 갔었고, 지금은 경제학과를 복전중인 후배를 비롯해 여러후배들이 놀랍게도 먼저 말을 걸어주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과내행사에도 몇개 참여하는등, 전혀 생각지도 못한 한 학기를 보내고 많은 후배들과 친해져서 뜻깊고 보람찼었다.
그러다가 몇번 타과와의 풋살교류전에도 참가했었고, 어느 새 나의 인문체전 출전은 기정 사실화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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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출전한다는 것에 대하여 마음이 두가지 이유로 그닥 편치는 않았다.
우선 출전하기 싫었냐면 그건 아니다. 어깨부상으로 중앙동아리 도대항전 엔트리에서 탈락하고 맞은 대회이기도 하고 나로서는 오랜만에 나가는 과대항전이었기에 매우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변변한 경쟁을 해보지 않고 경쟁자이자 후배를 밀어냈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못한건 아니다. 오히려 평균이상의 수준급이었다.
옷도 잘입는 친구였고 음악도 괜찮게 만드는 후배였다.
다만 내가 선배라는 이유로 밀어낸 듯한 것 같아 못내 미안함을 이 글에 전하고 싶다. 나 역시도 예전에 비슷하게 밀려난 적이 있기에 똑같은 아픔을 주는 것 같아 마음이 한층 무거웠다.
다음으로는 역시 한명의 후배에게 관련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 학교 중앙 축구 동아리와도 관련이 있다.
후배들이 서로 중앙동아리의 뒷담화를 하다 나에게 걸린 것이다. 지금은 이름값이 한층 떨어졌지만 예전에는 경기도, 나아가 전국에서도 이름을 떨치는 축구동아리였던 적이 있었고, 그 세대의 마지막 학번이었던 나는 화가 나서 신입생이었던 그 후배를 붙잡고 정색을 하며 얕보지 마라는, 거의 기합에 가까운 한마디를 했었다. 지금은 잘 지내고 술도 같이 마시고 하지만 아직 그때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는...하하
긍정적인 면도 충분히 있었다.
예전에는 교류전을 하지 못하고 시합에 나가 손발이 맞지 않고 능력도 열정도 없어 키퍼인 나 하나의 원맨팀에 불과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야 라는 느낌이 왔다.
무언가 이팀이면 올라갈 수 있을것 같다!
느낌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