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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진년과 갑진년, 쌍진의 평행론은 성립 가능한가?

어라하 2024. 6. 30. 14:29

*글의 이해를 위해 배경지식을 추가하였습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2000년 --> 경진년
2024년 --> 갑진년


갑진년 6월 29일, 정해성 축구협회 강화전력 위원장이 사임을 발표하였다. 거의 동시에 김도훈 임시감독은 축구협회의 정식감독 부임 제안을 거절하였다.


대한축구협회 전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 위원장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전 임시감독 김도훈. 그는 임시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해냈으며, 독이 든 성배를 사양하는 단호함과 현명함을 겸비하였다.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의 2026년 월드컵에 대한 준비는 매우 불안하다는 여론이 대다수이며 필자도 이에 편승하는 바이다. 거의 반년간 정식감독 선임이 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노리는 감독마저 협상에 실패하고 있으니 답답함을 금할길이 보이지 않는다.

급작스럽긴 하지만 글의 방향을 틀어보자.
대한민국의, 아니 사람들의 전반적인 특성은 밈을 만들어 풍자소재로 쓰거나 행복회로를 돌리는 등의 행동을 자주 보였으며, 필자는 현재가 바로 그 타이밍이 왔다고 본다.

이번에 올 밈은 이따금씩 쓰이는 '평행론' 이다.

무엇과 평행인가? 바로 유로 2000과 현재의 상황이 비슷하다. 한번 비교해보자.

1. 유로와 같은 해에 열린 아시안컵을 좋지 못한 성적으로
마감하였다.

2000년 아시안컵 -->중국과 쿠웨이트에게 조별리그 순위가 밀리면서 3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가까스로 8강에 진출, 이후 졸전끝에 4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패한다.

2024년 아시안컵 --> 조별리그 요르단전전 2대2 무승부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에게 3실점을 허용하는 졸전을 보여주더니 가까스로 올라간 4강에서 한 수 아래의 요르단을 상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0대2로 패했으며, 덤으로  골키퍼 조현우와 센터백 김민재를 주전으로 보유하고도 대한민국 아시안컵 역사상 최다실점을 기록하였다.


2. 아시안컵이 끝난 후 당시 감독의 불명예스러운 사퇴가 있었다.

2000년 아시안컵 --> 허정무 전 감독은 아시안컵 직후 사퇴의사를 표명하였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하였으나 아쉽게도 실패하였다.

2024년 아시안컵 -->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모든 면에서 무능함을 노출하면서 경질되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단숨에 등극하였다.


3. 2000년 당시와 2024년 현재 모두, 유능한 소방수 역할의 대표팀 감독을 찾는것이 급하다.



유로 2000은 역사상 가장 재미있었던 유로로 회자되고 있으며, 실제로 여러 명승부들을 연출해 축구팬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써보고 나니 그럴듯하다. 그렇다면 이 평행론을 양분삼아 2026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지극히 낮은 확률로 성립가능하며, 2026년 월드컵에서 현실적인 대한민국의 48강 조별리그 성적은 2무 1패로 조 3위를 노려야하며, 32강 토너먼트에서 탈락한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비관적인가?

언뜻 보기엔 평행론의 성립가능 요건은 만들어졌지만, 내부를 뜯어보면 이 명제는 성립이 불가할 확률이 높다.

1. 2026년 월드컵을 위해 2002년 대표팀처럼 장기합숙이 안된다.
손흥민의 토트넘 핫스퍼, 파리 생제르망의 이강인,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등등 수많은 해외파가 무엇을 감수하고 팀의 주전력을 유출하면서 장기합숙을 허가하는가? 그들에겐 얻는 것이 없을뿐더러 세팀모두 당분간 힘겨운 시즌을 보낼 예정이기에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 축구협회의 위기감 차이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개최국의 명예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거스 히딩크 감독과 협상에 매우 진지하게 임했었으며, 히딩크의 모든 요구조건을 수락하였다.

2024년 현재 축구협회회장 정몽규는 월드컵 진출보다 자신의 연임과 AFC임원 선출을 우선시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행보를 보여주었다. 정식감독 선임은 6개월 가까이 지지부진하며, 예산도 넉넉히 줬다 보기는 어렵다.

누구를 선임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월드컵까지 2년 정도가 남았다. 육군기준으로 오늘 입대하면 대충 6달 앞두고 전역하는 것이다.

2년이라는 시간은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입히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짧은 A매치 기간, 전력감의 선수들을 둘러보고 명단을 작성하는 시간, 그 와중에 예선을 통과해야 하는 등등... 긴 듯하지만 결코 길지 못한 시간이다.

자신의 전술철학이 팀에 녹아드는데 시간이 필요한 감독은 알맞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홍명보는 대한민국 축구의 레전드로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고 K리그에서도 우승을 하는등 감독으로서도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2014년 월드컵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턱없이 부족했다.



짧은 기간에 팀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개편하면서 극단적일 만큼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해야 2026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만하다.

가장 알맞는 감독은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였지만, 그는 페네르바체 SK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플랜B는 누굴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당장 떠오르는 건 이탈리아 감독인 루치아노 스팔레티지만, 펄스나인을 선호하는 스팔레티의 특성상 대한민국과 잘 맞을지는 고민이다. 연계에 강점이 있는 조규성을 잘 쓰려나 싶긴하다.

현재 대한민국 축구 협회의 최선은

1. 실리적인 축구 철학의 보유자이거나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과 전술적 상성이 가장 잘맞는 감독.

2. 유로 2024 혹은 코파 아메리카 2024에서 좋지 못한 성적으로 경질 혹은 사퇴가 유력한 감독

이 두가지의 교집합이어야 한다.

선수단 개개인의 일면을 보자면 2002년을 넘어서는 황금세대가 분명하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스프린터&양발잡이 윙어 손흥민,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센터백 김민재,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플레이 메이커를 논할 수 있는 이강인, 대한민국 라볼피아나 계보의 적장자 황인범, 거미손 조현우, 파르티잔의 기대주 풀백 설영우, 견실하고 묵묵한 이재성 등등...

어느 세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최고의 선수단이라고 자부한다. 황금세대로 성과를 이루지 못한 붉은악마 쌍둥이, 벨기에의 전철을 밞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