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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줄 수비 시리즈2 (전차사냥에 성공한 태극전사들)

어라하 2024. 2. 24. 13:11

지난번 아시안컵 8강전 호주전에 이어서 두 줄 수비 시리즈 2편이다.

이번에는 두줄수비를 사용한 경기중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경기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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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잡은 호랑이를 놓친, 사커루의 실패한 사냥 (두 줄 수비 시리즈 1편)

2024년 2월3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호주를 상대로 2대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연장전에서 나온 손흥민의 프리킥 득점은 이날 경기의 백미 그 자체였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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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1편을 보고싶은 독자들을 위해 1편의 링크를 가져왔다.

바로 2018년 대회 최고의 이변의 명승부라고 불리워진 카잔의 기적, 대한민국 vs독일전이다.

2018년 월드컵 대한민국 대 독일전. 이 경기는 대한민국이 당시 세계 최강 독일을 2대0으로 이기는 이변을 연출하며, 카잔의 기적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사실 이 경기는 전술적으로 그렇게 재미있었던 경기는 아니다.

컨셉이 확실한 대한민국과는 달리 독일은 컨셉이 확실하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경기가 신태용 감독이 바랬던 대로 경기운용이 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언뜻,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발 라인업은 경기를 포기한 것인가? 라는 라인업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경기는 신태용 감독이 축구 이해도가 매우 높은 감독이자, 자신의 주특기가 아닌 두줄수비를 구사함으로서,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증명한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출처: 풋볼리아, 대한민국 대표팀의 해당경기 선발 라인업이다.



선 수비 후 역습의 전술은 크게 두가지 전략적 옵션이 있다. '먼저 넣고 잠그느냐', '버티다가 마지막에 하나 넣고 끝내느냐'.

독일전은 후자에 포커스를 맞췄고, 이 전략적 선택은 구자철이 손흥민의 파트너로 선발 출전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러한 전략이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 신태용에겐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표팀의 확실한, 그리고 당시로서는 대체 불가에 가까웠던 빌드업의 중추였던 기성용이 부상으로 이탈하게 된점이뼈아팠기에 이러한 선택을 한것으로 생각한다.


2010년대 대한민국 축구의 척추 역할을 했던 기성용. 독일전을 앞두고 그의 부재가 뼈아팠던건 분명하다.



차선책으로 장현수를 기성용의 자리에 배치시켜, 빌드업이 아닌 중원에서의 독일의 공격을 방해한다는, 이른바 개싸움을 실시한다는 투쟁적인 그림을 그린것이다.


이전 경기인 스웨덴, 멕시코전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장현수지만 해당경기인 독일전에서는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내주었다.



독일의 중원은 가끔 날카로운 패스를 파이널 서드에 공급했으나, 그 마저도 2선과 수비의 협동압박에 무위로 돌아갔다.

그렇게 중원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독일은 측면으로 공을 돌려 크로스를 올렸으나 김영권, 윤영선 센터백 라인에게 막히거나 조현우의 가장 빛나는 날을 뚫어내지 못했다.



이 날 경기의 분수령이었던 조현우의 슈퍼세이브. 독일은 결국 조현우를 위시한 대한민국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67분경 구자철이 교체된 것은 변수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변수라기 보다는 67분까지 구자철이 버텨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구자철의 전반전 동안 7.4km를 뛰면서, 훔멜스가 빌드업을 하는것을 끈질기게 방해했다.

저렇게 활동반경을 넓고 많이 가져갔으니 근육이 올라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것이다.


구자철. 안 보이는 곳에서 성실하게 뛰어준 대한민국 대표팀의 언성히어로이다.



그런의미에서 구자철을 황희찬으로 교체한것은 곧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가 왔다는것을 알려주는 복선이기도 했다.

주세종을 문선민과 교체 투입한건 개인적으로 이 경기의 숨겨진 클라이막스라고 본다. 당시에 두 술 수비는 60년대 카테나치오 이후 오랜만의 수비형 전술의 전성기를 맞게했고, 기존의 4-4-2에서 한층 더 발전된 4-5-1 형태의 두 줄 수비도 꽤 활성화 되고 있었다. 주세종을 교체로 투입함으로서 양쪽 날개에 황희찬과 이재성이 배치되고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는 주세종, 장현수, 정우영이 위치해 벽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독일의 마지막 발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신태용 감독은 황희찬을 빼고 고요한을 투입하는 다소 이상한 교체를 단행하는데, 후에 밝히길 "공격할 시점이 아닌데 공격을 해서 수비를 불안정하게 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신태용 감독이 역시 경기 종반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75분부터 독일을 라인을 매우 높게 끌어올렸고, 이때부터 대한민국의 공격도 조금씩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경기의 마지막을 장식한 주세종의 롱패스, 그리고 손흥민의 쇄도. 75분경부터 이러한 장면들이 많이 나왔고 대미를 장식한, 절정기였다.



종반까지 0대0, 결국 한골싸움에서 승기를 잡은건 대한민국이었고, 이 경기는 두 줄 수비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잘 보여준 가장 유명한 경기라고 할 수 있다.